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1 규슈
제목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1 규슈 - 빛은 한반도로부터
지은이 : 유홍준
출판사 : 창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처음 1권이 출간되었을 때 부터 쭈욱 보고 있는 책이다. 북한편은 제외하고..--;
김춘수의 꽃에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글귀처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유산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어 준다.
일본 편은 서점에 들렀다가 1~3권이 없어서 4권(교토의 명소)을 사서 먼저 읽게 되었는데, 읽는 순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번 답사기는 크게 보아 북부 규슈와 남부 규슈 두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북부 규슈 답사는 거대한 청동기 시대 주거지인 요시노라기 유적지를 본 다음에 가라쓰로 향하여 지금은 폐허가 된 임진왜란 때의 침략 기지 히젠 나고야성을 답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라쓰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백제 무령왕의 탄생지로 전하는 가카라시만, 조선 분청사기가 일본화된 가라쓰야기키의 옛 가마터, 장대한 고려 불화가 소장되어 있는 가가미 신사, 1백만주의 해송으로 이루어진 무지개 솔밭, 무학성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가라쓰성을 두루 돌아본다.
이튿날은 아리타와 이마리로 가서 조선 도공의 발자취를 답사하고, 숙박은 값도 저렴하고 일본인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우레시노 온천이나 1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다케오 온천에서 한다. 다음날은 나가사키로 가서 짬뽕과 카스텔라를 맛보며 데지마와 원폭기념관을 답사한다. 원폭기념관에서 억울하게 징용으로 끌려가 덧없이 희생된 동포의 영혼을 기릴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돌아갈 때는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옛 관아터와 덴만궁을 관람하고 백제 멸망 후 망명해온 백제인들이 백제식으로 쌓은 수성을 답사한 다음 동아시아역사관으로 꾸며진 규슈 국립박물관을 차근히 살펴보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간다.
규슈 남쪽 가고시마와 미야자키의 답사는 비교적 단조롭지만 의의는 자못 크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박평의와 심당길 두 집안이 이룩한 사쓰마야키의 고향인 미산마을로 가서 그분들이 고향을 잊지 못하여 세운 옥산궁을 답사하고, 미야자키에서는 남향촌(난고손)의 백제마을로 가서 백제 멸망 이후 이곳에 온 백제 후손들이 1300년을 두고 이어오는 사주제라는 축제의 내력을 알아보고 돌아오는 것이다.
남향촌으로 가는 길은 일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그리고 가고시마에는 시마즈가의 명원인 선암원과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상고집성관이 답사의 핵심이다. 그리고 우리 근대사와 맞물려 있는 메이지유신 시절의 유적들이 있어 이를 둘러보고 이부스키나 기리시마의 온천에서 묵고 사쿠라지마의 활화산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도 맛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미디어/언론에서도 그릇된 인식만 갖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삼국 시대에 백제와 고구려는 서로 왕까지 죽이면서 싸웠던 원수지간이었지만 백제와 왜는 서로 교류를 하면서 문명을 전해주고 군사적 지원을 받던 맹방이었다.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일본이 백제를 돕기 위해 군사를 지원하고, 패한 후 일본과 백제 망명인들이 다자이후에서 수성을 쌓은 것까지 우리가 알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관계에서 벗어나 당나라, 왜까지 포함한 큰 외교관계가 얽혀 있었다.
일본의 청동기 시대는 한반도 도래인들이 일본땅을 점령하다시피 해 이룬 문화였으며, 삼국시대에 백제를 통해서 넘어간 많은 문명, 가야의 철기 문화, 임진왜란 때 잡혀간 도공을 통해서 만들어진 도자 문화 등은 한국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도래인이 건너가 이룩한 문화는 한국문화가 아니라 일본문화이다. 우리는 일본 고대문화를 이런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일본도 한국문화의 영향을 무시하는 왜곡을 더 이상 하면 안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일본 문화 중의 하나가 신사이다. 항상 뉴스에 신사 참배라는 말을 많이 듣고 보고 했지만 정확하게 신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일본의 신도는 실존 인물, 역사적 인물을 신으로 승격해 신사에서 숭배하곤 하는 것으로, 불교나 천주교 같은 종교 같은 교리나 체계는 없고, 민간 신앙과 많은 관련이 있다.
신사에 모셔진 신 중에는 백제왕, 임진왜란 때 잡혀간 조선의 도자기 장인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