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지은이 : 장하준
옮긴이 : 김희정,안세민
펴낸곳 : 부키
2016년 10월 읽음
Thing 01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시장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단지 우리가 그 시장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여러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규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의 예들 들면,
. 팔고 사는 것에 대한 규제 : 노예, 마약, 인간의 장기 등을 팔고사는 것에 대한 규제, 공직과 투표권 매매
. 시장에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 : 아동 노동 금지, 의사나 변호사등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의 면허제도, 은행 설립 허가
. 소비자의 권리 보호 : 제조물 배상 책임
. 가격 규제 : 임대료 통제, 최저 임금제, 이민 정책(허용 가능한 최대 이민 규모)
-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Thing 0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된다
- 주주들이 법적으로는 기업의 주인일지는 몰라도 그들의 기업의 이해 당사자중에서 가장 손쉽게 빠져나갈수 있고, 따라서 기업의 장기 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다. 단기 수익 극대화 기업 전략을 선호한다.
- 대부분의 주주들보다는 노동자나 납품업체가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여부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주주들이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를 책임질만큼 믿음직한 후견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직국에서 주주들이 영향력을 줄이고 장기적인 이해 당사자 집단을 유지하거나 새로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정부가 핵심 기업들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안정적인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 유한책임회사가 16세기에 유럽에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업가들은 모든 것을 걸고 사업을 해야 했다.(unlimited liability,무한책임) 16세기에 발명되었지만 19세 중반까지는 유한 책임회사를 세우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경영자는 리스크를 100퍼센트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위험한 사업을 하리라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경제학의 시조이자 자유 시장 자본주의자인 애덤 스미스가 유한 책임의 원칙에 반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 그러던 중 19세기 중반 철도나 철강,화학 공업 같은 대규모 산업이 등장하면서 유한 책임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제철 공장이나 철도 회사를 단독으로 설립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 흥미로운 것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유한 책임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던 사람 중 하나가 칼 마르크스였다는 사실이다. 이전 시대의 애덤 스미스나 자신과 동시대에 살았던 많은 자유 시장론자들이 유한 책임에 반대했던 것과 달리, 마르크스는 유한 책임이 개인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새로 등장하는 중화학 공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 동원을 가능케 하리라는 것을 간파했다. 마르크스는 공동자본 회사가 경영으로부터 소유를 분리해 낸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가 성취한 물질적 진보를 해치지 않고도 자본가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전환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 1980년대에 주주 가치 극대화 원칙이 나오게 된다. 주주들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안겨 주느냐에 따라 전문 경영인들의 보수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주장한 가장 유명한 인물이 GE 회장인 잭 웰치였다.
- 전문 경영인들과 주주들간에 결성된 이 비신성 동맹은 기업의 기타 이해 당자들을 착취한 자금으로 유지되었고, 장기적으로 기업에 해를 입힌다. 고용 삭감은 단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Thing 0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 스웨덴 운전기사가 인도 운전기사보다 50배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많이 받는 것인가?
- 한 개인 받는 임금은 그의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임금은 이미 제한 정책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이민 노동자들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부자 나라의 일부 시민들, 따라서 자신의 가치만큼 임금을 받는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그들이 일하는 사회 경제적 시스템 덕에 그만큼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나 근면성만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Thing 0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도발적인 예 일수는 있지만, 인터넷과 세탁기의 생산성을 비교함으로써 최근의 것에만 사로잡혀 이제는 보편화 된 것들을 저평가할 경우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위험이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Thing 0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 자유시장 경제학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제도는 사람들이 이기심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되 인간의 다른 본성들을 모두 활용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력하는 제도일 것이다.
- 모든 사람이 늘 자기 이익을 쫓는 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경제를 설계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더 떨어지게 된다. 대량생산 시대 초기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면 일을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성이 극대화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율성과 존엄성을 빼앗긴 노동자들은 얼마가지 않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일을 했고 심지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Thing 0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자유시장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은 경제부문 공공의 적이고,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길들이기 위해 정부 예산 적자를 엄격히 다스리고, 중앙은행을 독립시켜 인플레이션 억제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거시 경제 안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ex. 긴축 정책)이 도가 지나칠 경우 투자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성장을 둔화시키게 된다.
Thing 07 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도 과거에는 노예노동에 의존했던 2류 농업국가에서 세계 최강의 산업부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사용하였다. 벤저민 프랭클린, 조지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에이브러험 링컨은 보호무역주의자로 유명하다.
자유시장 정책이 경제발전에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보호주의, 보조금, 규제, 산업의 국유화 등 나쁘다는 정책들을 다 가져다 쓰고도 오늘날 선진국이 된 나라들을 보면서 의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그 나쁜 정책들이 사실은 오늘날 선진국이 된 나라들의 경제상황에 적절한 좋은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가에게 '내가 했던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대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Thing 0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었으니 자본의 국적은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자본은 단순한 경영권 인수, 자산 수탈목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기업을 사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외국기업/외국자본을 유치할 때는 투자자가 해당산업에 어떤 경력이 있는지, 피인수 기업에 대한 장기 계획은 무엇인지 등 다른 요인들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 자본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자본에는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신화에 근거해 경제정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Thing 09 우리는 탈 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기반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제조업은 모든 선진국에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뛰고 탈 산업화 단계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허상에 불과하다.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힘들다. 또 서비스 상품은 교역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에 기초한 경제는 국제수지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 미국은 평균 소득은 높지만 소득분배 불평등이 심하다. 다른 부자 나라에 비해 훨씬 열등한 미국의 보건 및 범죄관련 지표로 알 수 있다.
- 미국은 가장 높은 구매력 평가 지수를 기록한 나라이다. 이것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유럽에 비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이라는 희생을 한 덕분이다.
- 서로 다른 나라사이의 생활수준을 비표할 때 노동시간의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미국인들은 대부분의 유럽인들보다 10%,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인들에 비하면 무려 30% 더 오래 일을 했다.
국가간의 생활 수준 격차를 간단히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중 1인당 소득, 특히 구매력 평가지수로 표시한 1인당 소득이 그나마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여가 시간의 질과 양, 직업의 안정성, 범죄의 공포로부터의 해방, 의료 혜택, 사회 복지 등 '질 좋은 삶'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을 간과하기 쉽다.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 1960~70년대 잘 성장하고 있던 아프라카 경제가 1980년대에 와서 갑자기 성장을 멈춘 현상은 자연조건(열대성 기후, 내륙), 다양한 민족간 분쟁, 나쁜 문화 등의 구조적인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 현재 부자가 된 나라들의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로 고통을 겪었고, 어떤 경우에는 아직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들이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들이다.
- 아프리카가 성장 실패를 경험한 주된 이유는 정책, 즉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강요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에 있다.
Thing 12 정부도 유망주(winner)를 고를 수 있다
- 흔히 정부는 현명한 사업 결정을 내리거나 산업 정책을 통해 유망주를 고르는데 필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잘못된 선택을 활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 정부가 주도하여 특정산업을 발전시는데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자유 경제 이론에서는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기업가들이 정부 관료들보다 관련 상황을 더 잘 파악해서 자기 기업에 가장 유리한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그 결정이 국가경제에 이로우리라는 보장은 없다.
- 민간 기업의 유망주 선택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묻혀 그 너머를 보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 발전의 거대한 가능성을 놓치고 말 것이다.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조각을 주면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이 작아질지 몰라도 결국에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의 절대적인 크기가 더 커질 것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 부자들에게 유리한 소득 재분배가 정당화 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만약 그 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시켰다면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신자유주의 개혁이 시작된 1980년대 이래 경제 성장률이 실질적으로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설령 성장률이 높아지는 경우에도 시잠 메커니즘을 통해 부가 아래로 분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해서 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어낼수 있도록 하며, 복지 국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서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 미국CEO들이 받는 평균 보수는 노동자들의 평균 보수보다 300~400배 정도 많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많게는 20배나 더 받는다. 정말 CEO들이 일반 직원에 비해 회사에 300배 보탬이 되는 것일까?
-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개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술과 현대식 기업같은 발달된 사회 조직이 없어서이다
-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에디슨이나 빌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들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 시장은 실패할 수 도 있다.
- 정부 규제가 유용한 이유는, 정부가 피규제자보다 관련 상황을 더 잘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규제의 효용성은 행위의 복잡성을 제한해서 피규제자들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금융 혁신을 통해 모든 것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우리의 의사결정 능력은 이런 복잡성에 압도당해 버렸다. 앞으로 유사한 금융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금융시장에서는 행위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 버스 정류장에서 줄서기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Thing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 1960년대 타이완 문맹률은 46%나 되었고, 필리핀은 28%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타이완은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반면에 필리핀은 그다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아르헨티나도 비슷한 사례를 보여준다.
- 경제를 발전시키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교육과 국민 생산성 사이의 연관성이 약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 어린이들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 기회을 확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생산성을 향상 시키는게 목적이라면 교육 너머로 눈길을 돌려 제대로된 제도와 조직을 건설하는데 신경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길이다.
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 GM을 구제하느라 미국 납세자들이 떠안게 된 막대한 금액이 바로 결정적인 증거이다. 보호무역을 위한 로비를 하고 더 작은 경쟁사들을 사들이는 한편 금융 분야에 손을 뻗치는 대신, 누군가 GM으로 하여금 더 나은 차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기술과 설비에 투자하도록 했다면 미국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산업부문 전체의 집단적 이익, 나아가서는 나라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 과밀한 어류 양식 규제, 아동 노동 규제, 과도한 대출 등
Thing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 공산주의 체제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고 해서 경제 계획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록 공산주의 국가에서 중앙 계획 당국이 추진했던 것처럼 전면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국가 역시 경제를 계획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문제는 계획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각각의 다른 경제 부문에 적절한 계획의 형태와 수준을 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 기회의 균등은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훌륭한 성과를 올린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 자유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여러가지 복지 정책을 추진할 돈을 부자에게서 거둔 세금으로 확충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부자들은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될 뿐아니라 경제 전체가 활력이 없어진다.
- 직업 안정성이 높고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으면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지는다는 말이 과연 진실인가?
. 고용 불안이 높아지면 안정된 직종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 미국의 취약한 복지제도는 이 나라가 전반적으로 정부 개입에 훨씬 더 긍정적인 유럽들에 비해 오히려 심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취한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 파산법 도입으로 파산 후 구조조정 초기에 기업가들이 채권자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법원이 채무 삭감을 명령할 권리를 갖게 되어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게 된 것처럼 노동자들에게 제2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복지 정책은 노동자를 위한 파산법이라고 할 수 있다.
Thing 22 금융 시장은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 현대 금융시장의 문제는 그것이 너무 효율적이라는 데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도 보았듯이 이 새로운 금융 자산들은 금융 시스템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말았다.
- 아이슬란드 뿐만 아니라 지난 30여면 동안 금융 부문의 민영화, 자유화 및 개방으로 경제 성장 동력을 육성하려 한 나라는 아이슬란드만이 아니다. 많은 나라가 '금융 탈규제'에 기반한 성장전략을 채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를 완화,폐기 놓기만 하면 금융업이 다른 산업보다 돈벌기가 훨씬 쉬운 업종이었기 때문이다.
- 미국의 GE, GM, 포드같이 한때 제조업의 상징이던 회사들조차 자회사로 금융회사를 설립하였고 이를 통해 이윤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의 궁극적 원천인 (기계 설비 등)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 조직 혁신 등에 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금융시스템이라는 회로의 배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Thing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사례를 통해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경제 정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학 전문지식이 아니라 전반적인 지적 능력이라는 점이다.
- 경제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관료들은 경제학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자본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장기 투자와 생산 구조를 바꾸는 기술 혁신이지, 풍선을 부풀리듯 이미 존재하는 구조를 팽창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적으로 정체된 농업과 같은 산업 분야에서 보다 역동적인 산업분야로 자원을 강제 이전하는 한편, 허시먼이 강조하던 서로 다른 부문간의 연계 효과를 활용하는 등 기적의 성장 기간 동안 동아시아 경제 관료들이 택했던 많은 경제 정책들은 자유 시장 경제학에서 따온 것이 아니었다.
- 지난 30여 년 동안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2008년 위기를 불러올 환경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금융규제 철폐와 무제한적 단기 이윤 추구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해 준 것이 바로 그들이다. 더 넓게 생각하면 그들은 경제 성장의 둔화, 고용 불안과 불평등 악화, 그리고 지난 30년간 전세계를 괴롭혀온 잦은 금융위기를 불러온 정책을 정당화하는 이론을 주장해 왔다.
- 지난 30여년에 걸쳐 벌어진 경제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자유시장 경제학보다 다른 경제학자에게서 배울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경제학은 쓸모없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